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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학급일기

가정방문 선물로 다육이 화분은 어때요? 달빛샘이 가정방문 선물로 다육식물을 선택한 이유?

by 달빛 선생님 2016.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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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 소명중고등학교 )에서는 이번주가 공식적인 가정방문 기간입니다. 학교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아이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돕기 위해 멘토(담임) 선생님들이 가정으로 찾아갑니다. 


저는 가정방문을 할 때, 자그마한 선물을 하나 준비합니다. 해마다 어떤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는 것도 참 힘들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다육이 화분을 선물로 준비해서 드리는데요, 나름 반응이 괜찮습니다.



해마다 3월이 되면...

해마다 3월이 되면 아내이자 동료 교사인 별빛샘은 저를 꼭 화원에 데려갑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꽃과 화분을 구입하면서 저에게도 잘 키워보라는 미션과 함께 다육이 화분 한, 두 개씩을 선물해줍니다.


워낙에 이런 일에 관심도, 소질도 없는 저로서는 그때마다 막중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책임감은 잠시! 무관심 속에 방치하다가 다육이를 서서히 말라죽여 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살려보려했으나 결국엔 말라죽어버린 첫 다육이 ⓒ 달빛수학교실, 2014.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꿋꿋이 매해 3월만 되면 저를 화원에 데려갑니다. 그런 별빛샘도 참 근성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듬해에 저의 마음가짐은 좀 달라졌습니다. 이전처럼 다육이를 말려죽이지 말고, 건강하게 잘 키워봐야겠다는 다짐이 생겼습니다. 인터넷 여기저기를 살펴보면서 "물은 얼마마다 어떻게 줘야 하는지?", "다육이를 키우면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를 공부했습니다. 


노력이 가상했는지, 다육이들이 정말 잘 컸습니다. 잘 큰 정도가 아니라 거의 농장이 되다 시피했습니다.


관심을 보여주자 무럭무럭 자라는 다육이들, 이젠 다육 농장을 만들자?! ⓒ 달빛수학교실, 2015.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달빛샘은 무엇을 배웠나요?

첫해에 다육이를 키웠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날 다육이 화분을 보니 잎이 많이 말라있었습니다. 물이 부족한가 싶어 물을 듬뿍 부어주었습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다육이가 시들시들했습니다. '아직도 물이 부족한가?' 물을 조금 더 부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다육이는 상태가 더 나아지지 못하고 완전히 말라 죽어버렸습니다.


그 이유를 둘째 해에 알게 되었습니다. 다육이는 물을 많이 주면 안되는 식물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무식하게도 "식물은 물을 많이 주면 잘 자랄거"라는 어리석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물이 부족한 곳에서 더 잘 자라는 다육이들, 잎꽂이를 통해 번식이 잘 되요 ⓒ 달빛수학교실, 2015.

 

교사는 학생들에게 무엇인가를 많이 주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정작 그것이 학생에게 필요한 것인지는 잘 살펴보지 못한 채 말이죠. 2년간의 다육이 키우기를 통해 교사로서 어떤 자세로 아이들을 대해야 할까에 대한 큰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생에게 관심을 가지고, 잘 바라봐 주며,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잘 채워주는 것. 그것이 교사로서 혹은 부모로서 가져야할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가정방문 때 다육이를 선물로 드리며 이러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립니다. 그러면서 한가지 부탁을 드리죠.


"자녀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필요한 것을 잘 채워주세요. 

그리고 가정에서 채워주실 수 없는 부분이면 학교에 알려주세요. 

학교에서도 함께 채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도 함께 전해드렸습니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

(고린도전서 3장 6절 - 7절)


교사와 학부모 이전에, 동역자를 세우고 올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작년에도 가정방문 때에도, 화분 하나씩을 선물해 드렸습니다. (관련글 : [15.03.16] #002 다육이 키우기 - 선물용 다육이 구입 ) 아주 작은 것임에도 많이 좋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간곡히 부탁을 드렸죠.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건강하게 잘 키워주세요, 그리고 졸업식 때 어떻게 자랐는지 꼭 알려주세요~"


저는 졸업식 때, 특별한 선물을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잎꽂이를 통해 요거트 병에 키우고 있었던 새끼 다육이들을 졸업생들을 위한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학생들 각자에게 화분을 하나씩 준비해오도록 하고, 저는 거기에 예쁘게 분갈이를 해 주었습니다. 


학기 동안 잎꽂이로 번식시켜 놓았다가, 학생들이 가져온 화분으로 졸업 선물을 준비해주었다 ⓒ 달빛수학교실, 2016.


이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학기 초에 한 번, 학기 말에 한 번, 두 번의 다육이 선물을 해 주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가정에서 잘 컸으리라 믿고, 또 하나는 학교에서 제가 키운 다육이를 주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포스팅을 해보도록 할게요^^) 




올해에는...

올해에도 고3 담임이 되었습니다. 비록 가정방문을 가지는 못하고 학교에서 상담을 진행하지만, 다육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특별히 고3 멘토 전체가 함께 연합 상담을 하면서 다육이 선물의 의미를 잘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덧붙여 우리가 함께 연합 상담을 하는 이유도 설명해드렸습니다.


혼자 보면 볼 수 없는 것들을 함께 보면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올해 연합 상담의 목적이겠죠. 


다육이들도 함께 모아놓으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겠죠. 또한 우리 교사 공동체도 그러할 것입니다. 


작은 식물일 뿐이지만, 다육이들을 키우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웁니다. 생명이 주는 가르침은 정말 뭔가 다른 것 같습니다.


올해 가정방문(연합상담)에 각 가정별로 선물로 드리려고 준비한 다육이들, 내가 갖고 싶다... ⓒ 달빛수학교실, 2016.


아직도 너무나 부족함이 많은 교사입니다. 올해엔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 잘 섬기기를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다육이도 더 잘 키워야겠습니다. 다육이들 처럼 우리 아이들도 잘 성장할 거라는 믿음을 갖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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